*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을시즌 추석이후 극장가는 원래 볼 것 없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워낙 대작 헐리웃 영화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한국 영화계도 유래없는 투자불황이라 손이 가는 영화 찾기가 정말 힘이 든 요즘이다. 10월 9일 개봉한 D.J. 카루소 감독의 이글아이는 영화가 좋건 아니건 최소한의 흥행은 담보해놓은 작품일 것이다. 특히나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이라는 한국에서 비교적 잘통하는 딱지는 이 영화의 기대치를 상당 수준 올려잡게 하고 있다.
영화는 도망치는 커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별볼일 없어보이는 청춘인 제리 쇼(샤이아 라보프)는 영문도 모른체 테러리스트로 몰려 FBI의 추격을 받게 된다. 제리는 도망자 신세가 되면서 부터 전화나 전광판, 각종기계 장치들로부터 들려오는 의문의 여자 목소리에 의해 지령을 받으면서 마치 시온으로 부터 배달된 전화를 받고 도망치기 시작하는 프로그래머 네오같은 신세가 된다. 자신에 대해 모든걸 다알고 있고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누군가에 의해 제리는 비슷한 신세에 놓인 레이첼(미셸 모나한)과 함께 거대한 음모의 톱니바퀴가 되어 사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초반은 정말 신나는 스릴러 버디무비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장치는 당연하게도 제리와 레이첼을 조종하는 목소리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이 목소리는 모든 전자 장치를 조종할 수 있을뿐더러 CCTV나 감시카메라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것 같다. 사실 그리 어려운 수수께끼는 아니라서 중반쯤 보다보면 제리와 레이첼을 조종하는 것은 컴퓨터 또는 기계들이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영화는 마치 과도한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 또는 테크놀로지에 의존하는 인간의 모습을 비웃는 듯한 인상을 주며 진행된다.
그런데 사실 이 설정은 일종의 맥거핀이다. 정작중요한것은 이 기계 또는 컴퓨터의 정체가 아니라 컴퓨터가 하는 일들의 이유이다. 주의깊게 프롤로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겠지만(그래서 사실 스포일러라고 보기도 힘들다) 이 슈퍼컴퓨터는 미국의 대 테러 전쟁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이고 또 그것을 저지 또는 무화 시키기 위해 여러장치를 이용해 제리와 레이첼을 조종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실상 이영화에 나오는 반전이나 퍼즐들은 그리 탄탄하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또 뛰어난 논리성을 자랑하는 그런 설정들도 없다. 오히려 911 이후 미국전반에 자리잡은 애국주의나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 정책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에 주력하고 있는것 처럼 보인다. 이쯤 영화를 보고 나면 디스터비아라는 신선한 스릴러로 충격을 던진 카루소 감독 보다는 스필버그라는 제작자의 이름이 다시 눈에 띈다. 이 영화는 기계에 의해 쫒기고 조종 당하는 인간들의 탈출기같은 SF스릴러로써 보다는 포스트 911 이라는 미국 정세에 대한 메타포로써 더 유의미한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뮌헨과 우주전쟁으로 테러이후 미국인들의 무의식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스필버그의 3연작의 구체적인 완결편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여러 평론가들이 이 영화의 논리적 헛점을 지적하며 스릴러로서 점수를 낮게 주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언제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그런걸 요구했었나. 냉정하게 보면 이글아이는 비난받을 정도로 논리가 붕괴된 영화는 아니다. 어느정도의 허풍과 과도한 설정은 있을지언정 내부적인 이야기구조가 최악은 아니다. 감독의 의도야 모르겠지만 논리적 완결성에 크게 무게를 두고 있지도 않은듯하다. 오히려 이 영화의 문제를 지적한다면 감독이 하고자하는 이야기(테러와 무의식)를 너무 촌스럽게 드러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영화 중반이후 이글아이의 정체가 밝혀지고 나서 시종일관 감독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뱉어낸다. 우리의(미국의) 자유를 위한 정책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장면에선 약간의 무안한 감도 들 정도이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볼수 있는 대통령 연두교서 장면은 솔찍히 너무 과도하다 싶었다. '성조기여영원하라'가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면 폭탄이 터진다니 이런..;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를 보니 외모 자체도 부시 비슷하게 분장한걸 보면 사실 이런 노골적인 정치적발언들을 의도한 듯도 보인다. 또한 결말부의 갈등해소가 지나치게 편의적이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정도 얘기라면 벌써 여러편 영화속에서 나오기도 했고 말이다. 신선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점들이 이 영화의 결정적인 결점이라고 보지 않는다. 카루소 역시 이영화를 통해 미국인들의 무의식속에서 묵인하고 사실상 지지해온 부시의 대테러 정책이란 것이 얼마나 파렴치하고 저속한 열망속에서 잉태된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의 외피는 슈퍼컴퓨터라는 신세기 빅브라더의 존재를 통해 드러내보이고 있지만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트랜스포머에서 기계의 '도움'을 받는 소년이었던 샤이어 라보프가 이번엔 기계들의 협박과 '조종'을 받는 소년으로 분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샤이어 라보프의 연기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것 같다. 마지막이 그의 희생으로 그냥 끝나 버렸다면 오히려 영화가 좀더 완결적이고 메시지도 더 부각이 되었을 거 같은데, 카루소는 스필버그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제리를 부활시키고야 말았다 (-; AI의 뜬금없는 해피엔딩같은 느낌이었다.
결론적으로 이글아이는 괜찮은 메시지가 약간은 촌스럽게 주장되고 있는 시간 잘가는 블록버스터 스릴러이다.
원래 좀 모자란듯한 영화가 더 재미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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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멀더는 영화 관람중 ! | 2008/10/12 07:58 | DEL
이글 아이 (Eagle Eye) 감 독 : D.J. 카루소 출 연 : 샤이아 라보프 / 미쉘 모나한 / 빌리 밥 숀튼 장 르 : 액션 / 스릴러 제작국가 : 미국 제작년도 : 2008년 제리(샤이아 라보프)의 계좌에 많은 돈이 들어오고 이상한 물건들이 집에 배달되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를 받고는 알수없는 소리를 내뱉는 음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저그런 하루를 보내는 제리인데 쌍둥이 형이 죽은 이후에 알수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테러혐의로.. |


